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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한 장, 오래된 마음

세 번째 감상실 : 정경화의 비발디 사계, 듣기만 해도 숨이 쉬어진다

by yemonica 2025. 7. 17.



■ 위로의 음악, 정경화의 사계를 다시 꺼내다

음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음악 중 하나. 비발디의 <사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요. 피아노 연습이 잘 안될 때, 어렵고 버겁기만 한 화성이나 작곡 과제를 붙잡고 앉아 있을 때, 음악을 듣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지쳐 있었지만… <사계> 만큼은 달랐어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 음악을 들을 때면 긴장된 몸은 어느새 느슨해지고, 그제야 부드럽게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힘이 되었던 연주, 정경화 선생님의 비발디 사계.
파워풀하면서도 온화한 느낌이 공존하는 연주였어요. 단단한 중심과 함께 밀려오는 따뜻함. 내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의 음악이었습니다.




■ 정경화, 삶의 계절을 담다 – EMI <The Four Seasons>

이 앨범은 EMI Classics에서 발매한 음반으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Kyung Wha Chung)가 뉴욕의 St. Luke's Chamber Ensemble과 함께 녹음한 비발디 <사계>가 담겨 있습니다.
정경화는 강인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연주자로, 이 음반에서도 그녀 특유의 긴 호흡과 유려한 선율이 살아 숨 쉽니다.

<봄>에서는 깊은 평온이 먼저 다가온다.
<여름>은 마치 땅속에서 솟아나는 불안감, 밀도 높은 긴장을 머금고 있고,
<가을>은 고요하고 익은 색채로 가득하다.
<겨울>은 차갑지만 끝내 얼지 않는, 정경화 특유의 따뜻한 음색으로 마무리된다.

그녀의 연주는 마치 사계절을 '지나온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단지 계절의 이미지나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시간들이 흘러가는 여운을 함께 담아냅니다.

 

출처. https://youtu.be/1yZKVN2rjy0?si=mOiMZoyuEyepkkYA

 

 

 




■ 다시 듣고 싶은 음악, 마음의 숨을 틔우다

익숙한 곡임에도 다시 듣고 싶어지는 이유. 그건 아마도 이 음악이 단지 비발디의 사계가 아니라, 정경화의 사계이기 때문일 거에요.

음반 커버 속 그녀의 모습처럼, 단단하지만 따뜻한 음악.
지친 하루의 끝에서, 이 연주는 언제나 조용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한 계절을 보내는 마음으로, 혹은 무언가를 버티는 오늘의 나에게…
정경화의 《사계》는 여전히 큰 숨 한 번, 선물처럼 건네주는 음악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마음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기를 🌙


글 | 사적인감상실 Quiet Note
음악을 듣는 조용한 방에서, 
느린 감정, 오래된 음악, 작은 이야기.
사적인감상실은 언제나 열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