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한가운데, 고요한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와지엔키 공원(Łazienki Królewskie)은 폴란드 왕실의 여름 궁전이 있던 정원으로, 지금은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시민의 휴식처가 되었습니다.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는 이 공원 안에는 한 사람이 유난히 깊게 숨 쉬고 있습니다. 바로,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입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와지엔키 공원에서
한참 음대 입시로 예민해져 있던 고3 여름방학,
하루도 쉬어서는 안 된다던 피아노 연습을 잠시 내려놓고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폴란드 바르샤바, 와지엔키 공원.
그곳에서 마주한 쇼팽의 동상 앞에서
지쳐 있던 두 손과 마음이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폴란드의 아픈 역사, 그리고 쇼팽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제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의 무게를 혼자 짊어진 듯 지내던 나날들이
그 앞에서는 그저 작고 고요한 쉼표처럼 느껴졌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힘든 순간이면
그날의 공기, 그날의 향기,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던 순간이 떠올랐고
펜을 들어 조심스레 시에 담았습니다.
와지엔키 공원에서
예모니카(yemonica)
흑백사진 속에 그녀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장미빛으로 물들어
입가에 고인다
앙상하게 마른 목선에 걸친
오래된 진주귀걸이
흠없는 자태
품위를 잃진 않았다
젊은 피아니스트의 손목이 꺾여도
쉼없이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 뿌리내려
꽃은 여전히 만발했으니
짙은 향기에 젖은 그녀의 머리칼
바람에 날려온다
가슴에 울려온다
와지엔키 공원의 쇼팽
쇼팽 동상은 1926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철거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전쟁이 끝나고, 바르샤바 시민들은 잿더미 속에서도 쇼팽의 동상 복원에 마음을 모았고, 1958년 마침내 다시 그 자리에 세워졌습니다.
이 동상 앞에서는 매년 여름 일요일마다 무료 야외 피아노 연주회가 열립니다. 피아니스트들이 직접 이곳에 와서 쇼팽의 곡을 연주하면, 공원을 산책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멈춰 서고, 나뭇잎 사이로 피아노 선율이 흐릅니다.
쇼팽은 여전히 폴란드 사람들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여행지는 여기! 폴란드 바르샤바 와지엔키 공원
Frédéric Chopin Monument · Łazienki Królewskie, Al. Ujazdowskie, 00-001 Warszawa, 폴란드
★★★★★ · 기념물
www.google.co.kr
그녀의 머리칼에 스친 진한 향기처럼,
쇼팽의 음악은 시간의 바람을 타고 오늘도 누군가의 가슴에 닿습니다.
한때는 눈물이었고, 한때는 선율이었으며,
지금은 이 공원 한 모퉁이에 남겨진 조용한 떨림으로.
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마음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기를 🌙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음악가 - 프레데리크 쇼팽(Chopin) 그리고 녹턴(Nocturnes)
“들으면 들을수록 애잔하고, 치면 칠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음악가.” 음대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쇼팽은 가장 어렵고도 가장 자주 마주했던 이름이었다. 녹턴을 연습하며 부드럽고 섬세한 선
yemonica.tistory.com
글 | 사적인감상실 Quiet Note
음악을 듣는 조용한 방에서,
느린 감정, 오래된 음악, 작은 이야기.
사적인감상실은 언제나 열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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